항공·우주 쪽 도면을 처음 받아보면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것 중 하나가 표면처리 줄입니다. 재질 옆에 작게 적혀 있는 MIL-, AMS-로 시작하는 코드들 말이죠. “AL 7075-T73, Anodize per MIL-A-8625 Type II Class 1” 이런 문장을 보고 멍해졌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글자 수는 얼마 안 되는데, 실제로는 공정 조건부터 검사, 치수 영향, 색까지 한 번에 얘기하고 있거든요. 이 글은 규격서를 줄줄 해석하기보다는, 실무에서 이 사양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도면을 보는 쪽과 공정을 운영하는 쪽이 각각 어디부터 짚어야 덜 틀어지는지 경험적인 감각 위주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항공 도면의 “Anodize per MIL-…” 한 줄이 말해주는 것
민수용 설비 도면에서는 “아노다이징 처리”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항공·우주 부품 도면은 보통 이렇게 나옵니다.
- Anodize per MIL-A-8625 Type I Class 1
- Hard Anodize per MIL-A-8625 Type III Class 2, Dyed Black
- Anodize per AMS 2471
이 한 줄에는 적어도 네 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전해액 계열인지, 경질인지 일반인지, 염색을 할 것인지, 쓰임새가 장식용인지 구조·내식성 위주인지에 대한 힌트죠.
도면에 추가로 피막 두께, 치수 기준, 봉공 여부가 붙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규격 코드 하나만 보고 다 안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코드가 기준 프레임이고, 그 위에 회사나 프로젝트별 세부 조건이 더 얹혀 있구나” 정도로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MIL 규격에서 자주 보게 되는 Type과 Class의 큰 그림
세부 조항은 길지만, 실무에서 가장 먼저 보는 건 Type과 Class입니다. 이 둘만 알아도 도면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대략 감이 잡힙니다. 아래 표는 전통적으로 많이 쓰이는 분류를 정리한 것입니다. 현대에는 명칭이 조금 바뀌고, 크롬계 공정이 축소되는 흐름이 있지만 큰 틀은 여전히 비슷하게 쓰입니다.
| 구분 | 전해액 계열·특징 | 주 용도·성격 | 비고 |
| Type I | 크롬산 아노다이징, 비교적 얇은 피막 | 피막이 얇고 균열이 적어 피로 성능에 유리, 내식성 위주 | 환경 규제로 대체 공정 검토 많음 |
| Type II | 황산 아노다이징(일반) | 장식 + 내식성, 염색·비염색 모두 포함 | 전자장비, 구조부품 전반 |
| Type III | 황산 기반 경질 아노다이징 | 내마모·내식성 극대화, 두꺼운 피막, 높은 경도 | 슬라이딩, 고하중 부품 |
| Class 1(Non-dyed) | 무염색, 내추럴 피막 | 보호·내식성 중심, 색보다 기능 | 항공 구조재, 피로 민감 부품 |
| Class 2(Dyed) | 염색 포함 | 식별, 장식, 태깅 용도 | 색 균일도 관리 필요 |
핵심은 Type이 “어떤 계열의 아노다이징인가”, Class가 “염색을 할 건가 아닌가”에 초점을 둔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피막 두께, 봉공, 합금, 사용 환경에 따라 실제 조건이 세분화됩니다.
MIL 코드를 봤을 때 설계·공정이 바로 떠올려야 할 포인트
실제 부품 하나를 놓고 보면, MIL-A-8625 같은 규격 코드가 붙어 있다고 해서 모든 걸 규격서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도면 줄 한 줄을 해석할 때 설계자와 공정 담당자가 동시에 떠올려야 할 질문은 보통 이런 것들입니다.
- 이 부품이 받는 하중과 환경은 어떤가, 피로가 중요한가, 부식이 중요한가, 둘 다인가
- Type 선택이 현 사용 환경과 맞는가, 경질(Type III)이 과한 건 아닌가
- Class 1인지 2인지, 색과 식별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 부품인가
- 피막 두께 범위에 대한 언급이 있는가, 없다면 어느 수준을 기본값으로 볼 것인가
- 봉공 조건이 규격대로만 되어 있는지, 프로젝트별 추가 요구가 있는지
규격은 방향을 제시할 뿐이고, 실제로는 OEM(항공기 제작사) 내부 사양서와 개별 프로젝트 문서가 위에 더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같은 MIL 코드라도 회사마다 “관행적으로” 쓰는 조건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AMS 사양이 등장하면 확인해야 할 것들
MIL 규격이 군용을 중심으로 정리된 프레임이라면, AMS(Aerospace Material Specification)는 항공·우주 산업 전반에서 쓰이는 민간 규격 계열이라고 보면 됩니다.
도면에 “per AMS 2469, AMS 2471” 같은 표현이 있으면, 설계 측은 “이 부품은 특정 OEM 라인뿐 아니라 더 넓은 공급망에서 호환되도록 설계되었구나” 정도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AMS 사양이 적혀 있을 때 실무에서 먼저 확인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요구 피막 두께 범위와 허용 편차
- 피막 경도, 마찰계수, 접착력 같은 물성 항목의 시험 조건
- 수명과 관련된 내식·피로 시험 요구사항
- 도면에 별도 지정된 치수 기준(아노다이징 전/후)과의 관계
- MIL 사양과 동시에 언급되어 있다면 둘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대개 도면·구매 사양서가 최종 기준)
특정 AMS 번호마다 특화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공정 쪽에서는 “어떤 AMS냐에 따라 탱크/조건을 바꾼다”는 감각을 가져야 하고, 설계 쪽에서는 “이 AMS가 말하는 성능이 진짜 우리 부품에 꼭 필요한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설계자가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들
규격 코드 자체보다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건 그 주변의 디테일입니다. 현장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패턴 몇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 피막 두께와 치수 공차의 관계를 도면에 안 써 둔 경우
경질 아노다이징을 요구해 놓고도, 끼워 맞춤 부위 공차를 아노다이징 전 치수 기준으로 잡아 둔 채 아무 언급이 없으면, 제작사마다 다르게 해석합니다. 어떤 곳은 피막 두께를 줄여 버리고, 어떤 곳은 애초에 가공 치수를 빼 놓습니다. 두 경우 모두 “사양은 맞는데 조립이 애매하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봉공(sealing) 조건을 암묵적으로만 기대하는 경우
MIL·AMS 사양에 기본 봉공 조건이 있지만, 항공 부품은 사용 환경이 극단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온·저온 사이클, 습도, 제빙액, 유압유 등 다양한 유체에 노출됩니다. 이 환경을 고려해 봉공 조건을 강화해야 하는데, “규격에 따름” 한 줄만 넣고 끝내면 나중에 내식 시험에서 문제가 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 합금과 Type 조합이 현실적인지 검토하지 않은 경우
7075, 2024 같은 고강도 합금에 무조건 경질과 깊은 색을 요구하면, 외관과 균일도를 맞추기 어려워지는 건 물론이고, 피로·균열 관점에서도 리스크가 커집니다. 이럴 때는 도면 단계에서부터 재질과 표면 처리를 세트로 보고, 필요한 성능에 맞는 조합을 다시 선택해 보는 게 좋습니다.
공정·품질 담당자가 흔히 보는 리스크 신호들
표면처리 쪽에서 규격과 현실이 어긋났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들은 대개 이런 것들입니다.
- MIL/AMS에는 없는 추가 시험 요구사항이 고객 사양서에만 적혀 있는 경우
- Type III 경질 요구인데, 탱크·냉각 설비·전원 용량이 그 수준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경우
- 도면상 치수 공차가 너무 빡빡해서, 규격대로 피막을 키우면 수율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 분명한 경우
- 수년간 쓰던 규격이 개정되었는데, 도면과 내부 작업 표준이 서로 다른 버전을 가리키고 있는 경우
이런 신호가 보이면 “그냥 해 보자”보다는 설계 담당자와 한 번 더 사양을 맞춰 보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항공 부품은 한번 승인 난 공정을 나중에 바꾸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 사양을 현실적으로 맞추어 두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 사양을 다루는 흐름을 한 번 그려 보면
현장에서 보는 이상적인 흐름은 대략 이런 그림에 가깝습니다.
- 설계 단계
- 구조·하중·환경을 기준으로 필요한 기능(내식, 내마모, 색, 피로)을 정리
- 재질과 Type·Class 조합을 1차 선정
- 도면에 피막 두께 범위, 치수 기준, 봉공 여부, 테스트 요구를 함께 명시
- 공정 검토 단계
- 표면처리 업체 또는 사내 라인에서 MIL/AMS 사양과 도면 요구를 함께 검토
- 기존 라인 조건으로 충족 가능한지, 추가 설비·조건 변경이 필요한지 판단
- 샘플 공정 조건표와 시험 계획을 합의
- 시편·초도 납품 단계
- 규격에 정의된 시험(두께, 부착력, 내식성 등)과 고객이 요구한 추가 시험을 수행
- 결과를 바탕으로 작업 표준서에 조건 고정
- 양산 단계
- 규격 시험은 정해진 주기로, 공정 모니터링(온도, 전해액 분석, 두께 측정)은 더 짧은 주기로 반복
- 규격 개정이나 고객 요구 변경이 있을 때는 도면·작업표준·시험계획을 세트로 업데이트
실제 회사에서는 이 이상으로 복잡하지만, 적어도 “도면에 규격 코드만 던져두고 나머지는 현장이 알아서”라는 방식은 피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요약 정리
항공·우주 산업에서 MIL, AMS 아노다이징 사양은 일종의 공용 언어에 가깝습니다. 다만 규격 문서를 통째로 외우는 것보다, Type과 Class가 가리키는 방향, 합금과의 궁합, 피막 두께와 치수·피로·내식성의 관계를 같이 보는 쪽이 실무에서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도면에 적힌 “Anodize per …” 한 줄을 볼 때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하중 조건과 환경, 검사, 설비 제약까지 같이 떠올리는 습관을 들여 두면, 나중에 인증 단계나 클레임 대응에서 “왜 이렇게 정했는지”를 설명하는 일이 훨씬 편해집니다.
티타늄 아노다이징 색상 원리와 주얼리·의료기기 응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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