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다이징 프로젝트를 처음 맡으면 다들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알루미늄에 색 입히는 거지 뭐”라고 시작했다가, 도면이 오가고 샘플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동안 피막 두께, 합금, 두께 공차, 색 편차, 내식성, 마스킹 같은 단어가 한꺼번에 튀어나오죠.
이 글은 지금까지 여러 글에서 흩어졌던 내용을 한 번에 모아서, “처음 아노다이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사람”이 손에 쥐고 체크해 볼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 보려는 겁니다.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다섯 가지 질문
아노다이징 지식보다 먼저 필요한 건 이 질문들입니다. 이 다섯 개에 답이 없으면 이후 단계가 전부 애매해집니다.
- 이 부품은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오래 버텨야 하는가
실내용인지 실외인지, 해안인지 공장인지, 손이 자주 닿는지, 세척과 화학물질 노출이 있는지부터 적어 두면 좋습니다. - 이 부품에서 무엇이 1순위인가
외관과 색인지, 내식성과 수명인지, 내마모성인지, 단가와 납기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모든 걸 1순위로 두면 의사결정이 끝없이 흔들립니다. - 사용자가 이 부품을 어디에서 보고 어디를 만지는가
눈앞에서 항상 보이는 상판인지, 장비 안쪽에 숨은 부품인지, 손으로 직접 쥐는 부품인지에 따라 요구 수준이 바뀝니다. - 알루미늄 합금은 이미 정해졌는가, 바꿀 수 있는가
6061, 6063, 7075, 주물인지 아닌지만 알아도 아노다이징 난이도와 색 재현성을 예측하기 쉬워집니다. - 이 프로젝트에서 실패했을 때 가장 두려운 건 무엇인가
색 편차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인지, 부식·파손으로 인한 안전 이슈인지, 일정 지연인지에 따라 리스크를 어디서 줄일지 전략이 달라집니다.
처음 기획 회의에서 이 다섯 질문에 대한 답을 문서로 남겨두면, 나중에 설계·구매·품질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일을 꽤 줄일 수 있습니다.
도면·사양서 단계 체크리스트
도면과 사양서에서 한 줄씩 빠질 때마다, 나중에는 불량과 재작업으로 돌아옵니다. 최소한 아래 항목들은 한 번씩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 항목 | 체크 포인트 예시 |
| 재질·합금 | Al 6061인지 7075인지, 주물인지 압출재인지 명시했는가 |
| 피막 타입 | 일반 황산, 경질, 내추럴, 착색, 크롬계 대체 공정인지 구체적으로 썼는가 |
| 피막 두께 | 요구 범위를 숫자로 썼는가, 예: 10~15µm, 30~40µm 등 |
| 치수 기준 | 아노다이징 전 기준인지 후 기준인지, 끼워 맞춤 부위에 대해 명시했는가 |
| 마스킹 영역 | 나사산, 접지면, 베어링 하우징 등 아노다이징을 빼야 할 위치를 도면에 표시했는가 |
| 색·질감 기준 | 단어가 아니라 “기준 샘플”이나 색 번호로 정의했는가 |
| 검사·시험 요구 수준 | 두께 측정, 색차, 염수분무 등 필요한 항목을 과하지 않게 선택했는가 |
도면에 다 적기 어렵다면 최소한 별도 한 장짜리 사양서라도 만들어서, 업체와 공유하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아노다이징 업체 선정과 첫 미팅에서 확인해야 할 것들
업체를 고를 때 설비 사진과 단가만 보면 거의 항상 헷갈립니다. 처음 미팅에서 다음 질문들을 꺼내 보면 상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훨씬 빨리 옵니다.
- 이 합금과 제품군을 자주 다뤄 봤는지
- 경질 아노다이징과 색 민감 제품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 전해액 분석, 피막 두께 측정, 색차 관리를 어떤 주기로 하고 있는지
- 과거에 비슷한 불량이 있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원인을 찾았는지
- 샘플 조건과 양산 조건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설명해 줄 수 있는지
여기서 듣고 싶은 답이 “다 됩니다”는 아닙니다. “이 합금은 이런 리스크가 있다”, “이 색은 이런 범위까지는 편차가 나온다”처럼 한 단계 깊은 설명이 나오는지를 보는 게 핵심입니다.
샘플 단계에서 꼭 문서로 남겨야 할 것들
샘플은 예쁘게만 나오면 끝이 아닙니다. “어떻게 했을 때 이렇게 나왔는지”를 남겨야 의미가 있습니다. 샘플 승인 전에 최소한 이 네 가지를 같이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 샘플 기준 샘플 코드
실물 샘플에 코드 하나를 부여하고, 그 샘플을 어디에 보관할지 정해 두어야 합니다. 나중에 양산 색을 논의할 때 기준이 됩니다. - 공정 레시피 요약
합금, 전처리 종류, 피막 타입, 목표 두께, 탱크 온도 범위, 전류 밀도, 봉공 방식 정도를 표로 정리해 둡니다. 세부 숫자까지 모두 공개하지 않더라도, 업체와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의 “축약 레시피”는 있어야 합니다. - 검사 데이터
샘플에서 측정한 피막 두께, 색차 값, 내식 시험 결과가 있다면 함께 보관합니다. “그때 느낌이 좋았다”만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합니다. - 양산과의 차이 예상
업체가 보는 관점, 설계자가 보는 관점에서 “양산에 들어가면 여기까지는 변할 수 있다”는 예상치를 미리 적어 두면, 나중에 색 편차나 외관 차이를 놓고 싸울 일이 줄어듭니다.
샘플 단계에서 한 번만 더 꼼꼼하게 정리해 두면, 같은 문제를 두세 번 반복하는 일을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양산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할 로트·걸이·검사 전략
양산 초기에는 공정 조건뿐 아니라 운영 방식이 품질을 좌우합니다. 여기서 빠지기 쉬운 부분을 조금만 체크해 보겠습니다.
- 로트 구성
합금, 두께, 색 요구가 다른 부품을 한 로트에 섞고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비슷해 보인다”는 기준으로 섞기 시작하면 나중에 추적이 힘들어집니다. - 걸이 방식
어떤 랙에 어떤 방향으로 걸 것인지, 민감한 부품은 항상 같은 위치에 걸 것인지 사진으로 남겨 두는 게 좋습니다. 색 편차와 두께 편차가 항상 같은 위치에서 나오면, 이미 걸이 문제라는 힌트입니다. - 검사 포인트
피막 두께를 어디에서 몇 점 측정할지, 색과 외관은 어떤 기준으로 합격·불합격을 나눌지 양산 시작 전에 정의해 두어야 합니다. 검사 기준이 애매하면 현장은 “밖으로 티 나는 것만 본다” 쪽으로 흘러갑니다. - 기록 습관
온도·전류·전압·전해액 분석 값·검사 결과를 어디에 어떻게 기록할지 정해 두고 시작하면, 첫 불량이 나왔을 때 원인 분석 속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불량·클레임이 났을 때 단계별로 볼 것들
아무리 준비해도 첫 양산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가 나옵니다. 그 순간부터 “누구 탓이냐”로 가면 프로젝트가 금방 소모전이 되기 때문에, 순서를 정해 두는 게 중요합니다.
1단계, 사실 수집
불량 샘플 수량, 발생 위치, 로트 번호, 사용·보관 조건, 기준 샘플과의 차이를 먼저 수집합니다. 감정적인 평가는 나중 문제입니다.
2단계, 패턴 파악
전체면인지 특정 면인지, 모든 로트인지 일부 로트인지, 특정 걸이 위치인지부터 구분합니다.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면 공정인지 설계인지 사용 환경인지 대략 감이 옵니다.
3단계, 원인 축 나누기
설계·사양, 공정·운영, 사용·보관 세 축으로 나눠서 각각 몇 퍼센트씩 관여했는지 추정해 봅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한쪽만 잘못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4단계, 재발 방지 조치 선정
도면 수정, 사양 문장 추가, 작업 조건 변경, 검사 항목 추가처럼 “문장”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는 조치”를 정합니다. “교육 강화” 같은 말은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이 순서만 지켜도 같은 유형의 불량을 여러 번 반복하는 일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서 꼭 남겨야 할 기록
한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면, 그 지점에서 “정리”를 한 번 해 두는 게 좋습니다. 다음 프로젝트에서 그게 그대로 자산이 됩니다.
정리용 문서는 길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항목만 적혀 있어도 충분합니다.
- 제품명, 용도, 사용 환경 요약
- 최종 합의된 재질, 피막 타입, 두께, 색, 전처리, 봉공 방식
- 기준 샘플 코드와 보관 위치
- 대표 불량 유형과 그때의 원인·대응 요약
- 아노다이징 업체명, 담당자, 연락처, 현장에서 중요하게 본 포인트
이걸 한 번 정리해 두면, 1년 뒤에 누가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든 “예전에 이 정도는 검증했다”라는 기준이 생깁니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가 다음 사람에게는 그대로 가이드가 되는 구조가 되는 거죠.
아노다이징 프로젝트는 화학, 전기, 기계, 디자인, 품질이 모두 섞여 있는 영역이라 처음에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원리를 다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정리한 것처럼, 시작 전 질문 다섯 개, 도면·사양서 여섯 항목, 샘플 단계의 네 가지 기록, 양산 전 로트·걸이·검사 전략, 클레임 발생 시 네 단계 대응, 마지막에 남길 정리 문서 정도만 꾸준히 챙겨도 실무 체감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노다이징은 복잡한 공정”이 아니라 “질문과 기록만 잘하면 충분히 컨트롤 가능한 공정”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아노다이징 + 다른 표면처리 복합 적용 전략: 도장, PVD, 레이저까지 한 번에 설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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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에서 제품 하나를 뜯어 보면 표면처리가 한 가지만 올라가 있는 경우가 의외로 드뭅니다. 알루미늄은 아노다이징, 스틸 부품은 분체도장, 일부 포인트는 PVD, 로고는 레이저 마킹, 버튼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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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기획 단계에서 아노다이징까지 같이 설계하면 생기는 진짜 차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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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도 비슷하고 가격대도 비슷한데, 어떤 제품은 몇 년이 지나도 색감이 안정적인데 어떤 제품은 1년만 지나도 이상하게 싼 티가 나죠. 많은 경우 차이는 “표면처리를 언제부터 고민했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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