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도 비슷하고 가격대도 비슷한데, 어떤 제품은 몇 년이 지나도 색감이 안정적인데 어떤 제품은 1년만 지나도 이상하게 싼 티가 나죠. 많은 경우 차이는 “표면처리를 언제부터 고민했냐”에서 갈립니다.
기획 막판에 “알루미늄 쓰고 아노다이징만 씌우자”라고 결정한 제품과, 콘셉트 단계부터 아노다이징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한 제품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이번 글은 제품 기획자·디자이너·설계자가 “처음 기획 회의에 들어갈 때부터 아노다이징을 같이 가져가면 뭐가 달라지는지”를 실제 사례, 질문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아노다이징을 나중에 붙이면 거의 항상 생기는 문제들
많은 프로젝트가 이런 순서를 탑니다.
- 콘셉트 확정
재질은 대충 금속 느낌, 색은 다크 그레이, 경량화, 프리미엄 이미지. - 설계·금형·가공까지 거의 진행
치수와 구조, 공차, 비용까지 얼추 맞춰 놓음. - 마지막에 표면처리 논의
“여기 알루미늄으로 하고 흑색 아노다이징 넣으면 되겠네요.”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여기서부터 이런 상황들이 하나씩 튀어나옵니다.
- 이미 설계가 꽉 차 있어서 피막 두께를 넣을 치수 여유가 없다.
- 슬라이딩 되는 부분, 나사산, 접지면에 대한 아노다이징 유무를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
- 색을 정할 때 다른 제품과의 통일성, 브랜드 컬러 구현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았다.
- 사용 환경(실내, 실외, 화학물질, 온도)이 피막 설계에 반영돼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시제품 단계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생각보다 색이 탁한데요”, “여기 조립이 너무 빡빡한데?”, “손톱만 긁어도 광택이 달라져요.”
이때는 이미 설계를 크게 바꾸기 어렵고, 결국 아노다이징 업체에게 “조건으로 어떻게 좀…”을 요구하게 됩니다.
제품 기획자 입장에서 먼저 던져야 할 질문 세 가지
아노다이징을 잘 모른다고 해도, 기획 초기 회의에서 아래 세 질문만 던져도 판이 꽤 달라집니다.
이 제품에서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을 쓰는 이유는 정확히 뭔가
- 금속 질감이 필요해서인가
- 스크래치와 부식을 줄이기 위해서인가
- 색과 디자인 자유도가 필요해서인가
사용자는 어디에서 이 제품을 보거나 만지게 될까
- 실내 책상 위인지, 야외 캠핑장인지, 공장 바닥인지
- 조명은 따뜻한 실내등인지, 직사광선인지, 작업등인지
경쟁 제품과 비교했을 때 표면에서 무엇이 차별 포인트가 될 것인가
- 더 고급스러운 색과 질감
- 오래 써도 변색이 덜 되는 내구성
- 촉감, 미끄럼 방지, 손때가 덜 타는 느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그때부터 “어떤 합금 + 어떤 아노다이징 조합이 근접한지”를 서서히 좁혀갈 수 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아노다이징을 넣어 설계한 실제 시나리오들
감이 더 잘 잡히도록 업종별로 자주 보는 패턴을 간단히 비교해 봅니다.
| 업종·제품 예시 | 기획에서 아노다이징을 처음부터 넣었을 때 | 막판에 추가했을 때 흔한 결과 |
| 노트북·허브 하우징 | 재질·색·질감·로고 위치까지 세트로 설계 | 색 편차, 모서리 칩핑, 조립 간섭 |
| 자전거 스템·허브·페달 | 경량·강도·경질 두께를 같이 설계 | 피막 균열, 나사산 문제, 색 불균일 |
| 실외 건축 패널·난간 | 실외 환경·염분·자외선까지 감안해 두께 설정 | 몇 년 뒤 변색, 얼룩, 패널마다 색 차이 |
| 식품 설비 트레이·도구 | 식품 접촉부, 세척 조건을 미리 반영 | 세척 후 변색, 국부 부식, 세척 불편 |
결국 “애초에 표면이 중요한 제품”일수록 기획단에서 아노다이징을 불러들여야 리스크가 줄어듭니다.
합금 선택 단계에서부터 아노다이징을 끼워 넣기
제품 기획 회의에서 이런 대화를 한 번쯤 해 봤을 겁니다. “강도 생각하면 7075가 좋은데, 가격과 가공성은 6061이 낫죠.”
여기에 한 줄을 더 얹어야 합니다.
“아노다이징 외관은 어느 쪽이 더 안정적인가요.”
현실적으로 이렇게 정리하는 게 편합니다.
- 외관이 최우선인 전자기기, 인테리어 제품
가능하면 6000계(6061, 6063 등)를 우선 검토합니다. 색 균일도와 아노다이징 반응이 좋은 편이라 “샘플과 양산의 간극”을 줄이기 쉽습니다. - 강도·피로가 중요한 스포츠, 기계 부품
7000계(7075 등)도 적극 검토하지만, 이때는 “경질 두께와 색 기대치를 어디까지 볼지”를 설계에서 함께 적어 둡니다. 7075에 선명한 연한 색을 기대하면 거의 항상 싸움이 납니다. - 사출 알루미늄, 주물 부품
아노다이징 외관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처음 회의에서부터 “정말 아노다이징이 맞는지, 도장이나 다른 공정이 더 현실적이지 않은지”를 같이 따져 보는 편이 좋습니다.
합금을 정하는 순간, 아노다이징의 난이도와 색 가능성이 이미 반쯤 결정된다고 봐도 됩니다.
“이 제품에서 피막 두께는 몇 마이크론이 적당한가”를 같이 묻기
기획 단계에서 피막 두께까지 얘기하면 너무 디테일해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여기서 한 번만 질문해 두면 뒤에서 수많은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 실내용 전자기기, 손에 자주 잡히지만 충격·부식 환경이 온화한 제품
보통 8~15µm 정도의 일반 아노다이징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두께를 과도하게 올려도 체감가는 크지 않고, 오히려 색·치수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 자전거 부품, 슬라이딩 부품, 공구 등 내마모가 중요한 제품
경질 아노다이징 30~40µm 수준이 많이 쓰입니다. 여기서도 “무조건 두꺼울수록 좋다”는 생각보다는, 모서리 균열과 치수 편차를 감안해 용도별로 범위를 나누는 게 좋습니다. - 실외 구조물, 난간, 외장 패널
내식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15µm 이상을 기본으로 보고, 해안가나 공장 지역이라면 한 단계 더 올리는 식으로 환경에 따라 조정합니다.
기획 문서에 “아노다이징 두께 목표: 실내용 10~15µm 수준” 같은 한 줄만 들어가도, 설계자와 표면처리 엔지니어 모두 기준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제품 콘셉트 문서에 넣으면 좋은 아노다이징 관련 항목들
브랜드 문서나 기획서에도 아노다이징을 위한 자리가 조금은 필요합니다. 아주 거칠게라도 이런 표 정도를 만들어 둘 수 있습니다.
| 항목 | 질문 예시 | 기획 단계에서 적어둘 내용 예시 |
| 사용 환경 | 실내/실외, 온도, 습도, 화학물질 노출은 어떠한가 | 실내, 손 접촉 잦음, 세제 노출 거의 없음 |
| 외관 우선순위 | 색, 광택, 질감, 스크래치 중 무엇이 중요인가 | 매트한 다크 그레이, 스크래치 저항 중요 |
| 내구성 요구 | 몇 년 사용을 목표로 하나, 어디서 어떻게 닳을까 | 휴대용, 3년 사용 기준, 모서리 마모 예상 |
| 정보 표기 방식 | 레이저 마킹, 실크 인쇄, 라벨 중 무엇을 쓸까 | 로고·시리얼은 레이저 마킹 전제 |
| 비용·단가 레벨 | 동일급 타사 제품과 비교했을 때 표면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나 | 표면 단가는 중상 수준까지 허용 |
이 정도만 공유해도, 아노다이징 엔지니어나 협력 업체가 “이 제품이라면 이런 조합이 맞겠다”는 제안을 훨씬 구체적으로 해 줄 수 있습니다.
부서별로 실제로 많이 부딪히는 포인트들
실무에서 보면 부서마다 관점이 다릅니다. 이 차이를 미리 알면 내부 조율도 조금 덜 힘듭니다.
- 기획·마케팅
색과 질감,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가장 민감합니다. “이 색이면 우리 브랜드가 아니다”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 설계
치수, 공차, 강도, 조립성을 우선합니다. 피막 두께가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피막을 얇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옵니다. - 생산·구매
단가, 납기, 수율이 가장 중요합니다. 색 편차가 심하면 재작업 비용과 일정 리스크가 모두 올라갑니다. - 품질·서비스
초기에는 조용하다가, 출시 후 변색·스크래치·부식 문제가 쌓이면 가장 먼저 불려 나옵니다.
기획 단계에서 아노다이징을 이야기할 때는, 이 네 관점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보다 “이번 제품은 어느 쪽을 우선순위 1, 2, 3으로 둘 것인지”를 같이 정리하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이 모델은 색·질감 1순위, 내식성 2순위, 내마모·단가는 그다음” 같은 식으로 말이죠.
다음 회의 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체크 질문들
글을 마무리하면서, 실제 기획 회의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좋은 질문들을 한 번에 모아 보겠습니다.
- 이 제품이 1년, 3년, 5년 뒤에 어떻게 보여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사용자가 손으로 만지는 면과 거의 안 보는 면을 설계에서 분리했는가
- 경쟁 제품보다 색·질감·스크래치 내구성에서 이겨야 하는지, 비슷하면 되는지, 덜해도 되는지
- 우리 회사가 이미 잘 쓰고 있는 아노다이징 레시피(합금·두께·색)가 있다면, 그걸 재활용할 수 있는 구조인가
- 시제품 단계에서 무엇부터 검증할 것인가, 색인가, 치수인가, 내구성인가
아노다이징은 마지막에 덧씌우는 화장품이 아니라, 처음 콘셉트에서부터 같이 설계해야 하는 재료와 공정에 가깝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질문 몇 개만 더 던져 보면, 같은 예산과 같은 설비로도 훨씬 안정적인 색, 질감, 내구성을 가진 제품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표면이 제품 인상 대부분을 결정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기획부터 아노다이징을 같이 가져간다”라는 태도가 작은 브랜드 차이 이상의 경쟁력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아노다이징 도면·요청서 제대로 쓰는 법: 불량과 클레임을 절반으로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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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다이징 단가 구조와 견적 계산, 발주자가 꼭 알아두면 좋은 현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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