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이랑 똑같이 아노다이징했는데, 이번에는 왜 색이 이렇게 탁하죠?”
실무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입니다. 공정 조건도 비슷하고, 처리 업체도 같은데, 어떤 부품은 색이 깨끗하게 나오고, 어떤 부품은 누렇고 얼룩져 보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유는 간단합니다. 합금이 달라서입니다.
알루미늄은 하나의 금속 이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제품에 쓰이는 건 거의 항상 “합금”입니다.
그리고 합금계열에 따라 아노다이징 결과가 꽤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합금별로 왜 반응이 다르고, 설계할 때 어떤 점을 꼭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큰 구분: 1000·2000·3000·5000·6000·7000계
알루미늄 합금 계열을 성분 기준으로 크게 나누면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 1000계: 순도 높은 알루미늄
- 2000계: 구리 함량 높은 고강도 합금
- 3000계: 망간 기반 합금
- 5000계: 마그네슘 기반 합금
- 6000계: 마그네슘 + 실리콘, 가공성과 강도가 모두 무난
- 7000계: 아연 + 마그네슘, 아주 높은 강도
아노다이징이 잘 나오는지, 색상이 고르게 나오는지는 합금 속의 다른 금속들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분포하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1000계: 가장 깨끗하지만 기계적 강도는 낮다
1000계는 “순 알루미늄에 가깝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1050, 1100 이런 번호들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장점은 분명합니다.
- 합금 원소가 거의 없어서
- 전처리와 산화 과정에서 방해 요소가 적고
- 색상이 비교적 균일하게 잘 나옵니다.
아노다이징 후에 화이트, 실버, 내추럴 톤을 깔끔하게 뽑고 싶다면 1000계는 상당히 좋은 재료에 속합니다.
하지만 약점도 명확합니다.
- 강도가 낮고
- 절삭 가공성도 그다지 좋지 않아
- 구조부, 정밀 기계 부품에는 잘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1000계는 외장재, 시트, 판재, 건축재 일부 등 “넓은 면적, 큰 변형 없이, 미려한 외관이 중요한 부위”에 더 자주 등장합니다.
2000계: 고강도지만 아노다이징에는 까다로운 재질
2000계(예: 2024)는 구리가 많이 들어간 합금입니다. 항공기 구조재에서 자주 보이는 계열이죠.
문제는, 구리가 아노다이징에는 거의 적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전처리와 산화 과정에서 구리가 표면에 농축·노출되기 쉽고, 그 결과로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 노란빛 내지는 갈색 얼룩
- 부분적으로 어두운 반점
- 같은 조건에서도 롯트마다, 위치마다 색상 차이
많은 설계자들이 “아노다이징 처리” 한 줄만 적어 놓고 2000계 재질을 쓰는데, 실제로는 외관을 중요하게 보는 장식용 부품에는 잘 맞지 않는 계열입니다.
그래서 2000계는
- 정말 고강도가 필요하고,
- 외관 균일도보다는 기능이 우선일 때
아노다이징을 “보호 피막” 개념으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이 예쁘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조금 내려놓는 편이 안전합니다.
3000계: 비교적 무난하지만, 장식 용도로는 덜 쓰인다
3000계(예: 3003)는 망간을 포함한 합금입니다. 판재, 열교환기, 일반 구조재 등에 널리 쓰입니다.
아노다이징 관점에서 보면,
- 1000계보다는 균일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 2000·7000계보다는 불량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 실용적인 내식 피막을 얻기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반짝이는 외관, 깔끔한 색 표현”이 필요한 디자인 부품보다는 기능 위주 부품에서 아노다이징을 적용하는 편에 더 가깝습니다.
이 계열은 실무에서는 종종 ‘그냥 무난한 실용형’ 정도로 이해됩니다.
5000계: 내식성이 좋고, 야외용 구조재에 자주 쓰인다
5000계(예: 5052, 5083 등)는 마그네슘을 주요 합금원으로 하는 계열입니다. 해양 구조물, 선박, 차량, 탱크, 각종 구조재에 많이 들어가죠.
아노다이징을 했을 때 특징은 이렇습니다.
- 내식성이 좋고
- 비교적 피막도 잘 형성되며
- 바다, 옥외 등 가혹한 환경에서 많이 활용 가능
다만, “예쁘게 색 내는 용도”라기보다는 “거친 환경에서 오래 버티는 구조용 부품” 쪽에 더 잘 맞습니다.
예를 들어,
- 선박의 난간, 마스트
- 옥외 구조물, 각종 프레임 등
이런 부분에서 무광 실버 톤의 아노다이징을 자주 보게 됩니다.
6000계: 장식성과 실용성이 모두 무난한, 가장 자주 쓰이는 계열
실제 제품 설계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합금은 6000계입니다. 대표적으로 6061, 6063, 6082 등이 있습니다.
이 계열이 사랑받는 이유는 많습니다.
- 압출성, 가공성이 좋고
- 용접도 어느 정도 가능하며
- 기계적 강도도 중간 이상
- 그리고 아노다이징 했을 때 외관이 비교적 깔끔하게 나옵니다.
노트북 바디, 카메라, 기구 부품, 자전거 부품, 캠핑 장비 등 “눈에 보이는 곳에 알루미늄이 노출되는 제품”에서 6000계 + 아노다이징 조합은 거의 교과서적인 선택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은 있습니다.
- 같은 6000계라도
- 성분 관리, 제조사, 압출·가공 이력에 따라
- 색이 미묘하게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 특히 긴 부품, 두께가 다른 부품은
- 부분마다 전류 분포가 달라져 색 차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단 “장식성과 실용성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고 싶다”면, 6000계는 가장 먼저 고려해 볼 만한 후보입니다.
7000계: 아주 강하지만, 외관은 포기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다
7000계(예: 7075)는 아연 + 마그네슘 기반 초고강도 합금입니다. 항공기, 고급 스포츠 장비(클라이밍, 자전거, 총기류 일부)에서 많이 볼 수 있죠.
아노다이징 입장에서 보면
- 강도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 외관 품질 면에서는 많이 까다로운 축에 속합니다.
특히 이런 문제가 잦습니다.
- 합금 편석, 조직 차이로 인해 줄무늬, 반점, 층질감이 보임
- 두께가 다른 부분의 색 차이가 커짐
- 전처리 조건이 조금만 엇나가도 얼룩, 탁색 발생
그래서 7000계를 쓸 때는 사실 선택지가 둘 중 하나입니다.
- 외관 포기 + 기능 위주
- “표면 보호와 내식성 확보만 된다” 정도로 합리적 선에서 타협
- 외관이 중요한 경우
- 가급적 6000계나 다른 계열로 설계를 바꾸는 쪽 검토
처음부터 “예쁘게 색 뽑힌 7075 부품”을 기대하고 설계하는 건 현실적으로 리스크가 큽니다.
“같은 조건인데 색이 다르다”의 대부분은 합금/이력 차이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을 하나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 같은 제품군인데
- 어떤 부품은 색이 맑고, 어떤 부품은 탁하고, 어떤 부품은 약간 누르스름한 느낌
업체 입장에서는 공정 조건을 충분히 관리했는데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재질과 소재 이력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자주 발견되는 원인은 이렇습니다.
- 생산 시점에 따라 다른 합금(또는 다른 제조사 소재)이 섞여 있음
- 압출 시 직각 방향과 길이 방향에 따른 조직 차이가 육안에 드러남
- 기계가공/열처리 이력이 다른 부품이 같은 랙에 올라감
- 알루미늄 주물(Cast)과 압출재(Extrusion)를 같은 조건으로 처리
즉, 공정 탓만 하기 전에 “재질이 정말 동일한가?”, “가공 이력이 같은가?”를 먼저 따져 보는 게 좋습니다.
설계자가 알아두면 좋은 합금 선택 기준
합금별 특성을 한 번에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설계 관점에서 단순화한 정리도 한 번 붙여 보겠습니다.
| 용도/우선순위 | 추천 계열 | 비고 |
| 외관 중요, 실내 장식 부품 | 1000, 6000계 | 색 균일도와 미려한 표면이 중요할 때 |
| 기능·강도·외관 균형형 | 6000계 | 기계적 특성과 아노다이징 외관을 모두 고려해야 할 때 |
| 바다, 옥외, 내식성 우선 | 5000계 | 선박, 옥외 구조물, 프레임 등 |
| 고강도 구조, 외관은 2순위 | 2000, 7000계 | 항공, 고하중 부품 등, 외관보다는 성능 위주 선택 |
| 판재·기본 구조재, 실용 우선 | 3000, 5000계 | 건축, 일반 구조용, 외관보다 수명·가격 중시 |
이 표는 어디까지나 “설계 초기에 방향을 잡는 참고용”에 가깝습니다.
실제 적용에서는 반드시 소재 공급사 데이터, 아노다이징 업체의 경험을 함께 듣고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무리 정리
아노다이징은 공정 조건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전에 “어떤 알루미늄을 쓰느냐”가 결과를 거의 절반은 정해 버립니다.
- 같은 조건인데 색이 다르다면 합금, 제조사, 가공 이력부터 의심해 보기
- 외관이 중요하다면 6000계(또는 1000계)를 우선 고려하고
- 2000, 7000계는 “외관은 어느 정도 타협한다”는 전제를 깔고 가는 게 현실적
이 정도만 머릿속에 넣고 있으면, 도면에 “그냥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이라고 적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대신 “6061-T6, 내추럴 아노다이징, 실내 사용”처럼 조금 더 구체적인 설계 언어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합금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경질 아노다이징이 일반 아노다이징과 실제로 무엇이 다른지, 설계와 공정 조건에서 어떤 점을 달리 봐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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