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아노다이징까지 깔끔히 끝냈는데, 마지막에 로고 레이저 마킹이나 실크 인쇄를 넣는 단계에서 결과가 미묘하게 망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자는 선명하지 않고, 색 대비가 약하거나, 조금만 긁혀도 인쇄가 벗겨지는 식이죠.
그때마다 “레이저가 약해서 그런가, 잉크가 별로인가”를 먼저 의심하지만, 현장 얘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원인이 표면 조건 설계 쪽에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노다이징 후 레이저 마킹과 실크 인쇄를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어떤 표면 조건을 설계해 두면 덜 고생하게 되는지 실무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레이저 마킹과 실크 인쇄가 좋아하는 표면이 서로 다르다
같은 아노다이징 피막 위에 마킹과 인쇄를 얹지만, 두 공정이 원하는 표면 상태는 꽤 다릅니다.
레이저 마킹은 피막을 국부적으로 태우거나 변색시켜 색 대비를 만드는 방식이라 피막 자체의 색, 두께, 조도가 중요합니다. 반면 실크 인쇄는 잉크가 표면에 얼마나 잘 젖고, 얼마나 단단히 달라붙느냐가 핵심이라 표면 에너지, 거칠기, 봉공 상태에 민감합니다.
정리하면 레이저는 “피막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실크 인쇄는 “피막 위에 잉크가 얼마나 잘 붙을지”를 보는 공정입니다. 이걸 한 번 인식하고 나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 제품은 레이저 중심이냐, 인쇄 중심이냐, 둘 다냐”를 먼저 정하고 들어가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표면 처리 조합별 특징을 한 번에 보기
전처리와 피막 타입에 따라 마킹·인쇄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감각을 잡기 좋게 간단히 표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 샌드블라스트 + 내추럴(무색) 아노다이징 | 난반사가 많아 글자 테두리가 부드럽게 보임, 색 대비는 중간 | 거칠기 덕에 잉크 밀착은 좋은 편, 잉크 소모량은 다소 증가 | 산업용, 러프한 느낌 |
| 브러싱 + 흑색 염료 아노다이징 | 레이저로 흰/연회색 대비를 만들기 좋아 시인성 우수 | 방향성 있는 결 위에 인쇄, 얇은 선은 약간 찢어진 느낌이 날 수 있음 | 전자제품 패널에서 많이 쓰는 조합 |
| 폴리싱(고광택) + 내추럴 아노다이징 | 반사가 강해 읽기 어려울 수 있음, 레이저 파라미터 튜닝 필수 | 잉크가 미끄러져 번짐·핀홀 생기기 쉬움, 사전 표면 활성 필요 | 순수 장식 목적에 가깝게 활용 |
| 화학 에칭 무광 + 착색 아노다이징 | 비교적 예측 가능, 다만 색상 따라 대비 차이가 큼 | 잉크 밀착 무난, 대량 양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밸런스형 | 범용 선택지 |
| 경질 아노다이징(두꺼운 피막) | 색 변화가 어둡게, 깊게 나오긴 하지만 에너지 조절 어렵고 과열 주의 | 피막이 단단해 잉크 밀착은 좋은데, 피막 결함이 있으면 들뜸이 같이 따라옴 | 산업·기계 부품에 적합 |
물론 실제 결과는 레이저 종류, 잉크 시스템, 합금, 색상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떤 표면이 어느 쪽에 더 유리한지”를 결정할 때 이 정도 감각은 가지고 있는 게 좋습니다.
레이저 마킹 기준으로 보면 신경 쓸 것들
레이저 마킹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잘 보이느냐”입니다. 그걸 결정하는 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피막 색, 피막 두께, 표면 조도, 레이저 파라미터입니다.
- 피막 색과 대비
흑색 아노다이징 위에 밝게 마킹하는 조합은 눈으로 봐도 이해가 됩니다. 레이저로 피막을 국소적으로 태우거나 박리시켜 밝은 회색·백색 톤을 드러내면 강한 대비가 생깁니다. 반대로 아주 연한 내추럴 실버 위에 조금 더 밝거나 어두운 회색을 만드는 방식은 그만큼 대비 확보가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제품은 레이저 마킹으로 정보를 읽어야 한다”가 중요하다면 처음부터 짙은 베이스 색을 고려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피막 두께
피막이 너무 얇으면 레이저가 모재까지 깊게 파고들어 버리기 쉽고, 너무 두꺼우면 피막만 계속 태우다가 거친 표면을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보통 일반 아노다이징에서는 10~20μm 근방에서, 경질에서는 조금 다른 파라미터를 잡지만, 현실적으로는 “레이저와 아노다이징을 동시에 경험한 업체의 샘플 조건”을 기준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건 설계 도면에 피막 두께 범위를 적어 두고, 레이저 쪽과 같이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입니다. - 표면 조도
폴리싱에 가깝게 매끈한 면은 레이저 마킹 후 반사가 강해 글자가 특정 각도에서만 잘 보이고, 샌드블라스트처럼 난반사가 많은 면은 글자 테두리가 살짝 흐려지지만 어느 각도에서도 비교적 일정하게 보입니다. 로고나 장식성 문구는 고광택 위 레이저도 괜찮지만, 시리얼 넘버, 안전 표기처럼 “읽히는 게 절대적인 목적”인 마킹은 너무 반사도가 높지 않은 표면이 낫습니다.
실크 인쇄 관점에서는 표면 에너지와 봉공이 핵심이다
실크 인쇄는 잉크가 스크린을 통해 떨어져 나와 표면에 얇게 앉고, 건조·경화되면서 도막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잉크가 고르게 젖는가, 충분히 달라붙는가, 사용 중에 얼마나 버티는가.
- 표면 에너지와 세척
실크 인쇄 전에는 이형제, 기름, 먼지, 손때가 남아 있으면 안 됩니다. 아노다이징 공정 자체에서 탈지·세척을 했더라도, 보관·가공·조립 과정에서 다시 오염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인쇄 직전 IPA(이소프로판올)나 전용 세척제로 한번 더 닦아내는 루틴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깨끗하겠지”라고 가정하면 번짐, 핀홀, 벗겨짐으로 곧바로 돌아옵니다. - 거칠기와 인쇄 품질의 균형
매끈한 표면은 잉크가 얇고 균일하게 퍼지지만 밀착이 약해질 수 있고, 약간 거친 표면은 도막이 “걸리는 자리”가 많아 접착력은 좋아지지만 미세한 글자·선에서는 가장자리 울렁임이 눈에 띌 수 있습니다. 로고의 선 굵기, 글자 크기, 요구 내구성에 따라 표면 조도 목표를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마찰이 거의 없고 손이 잘 안 닿는 장식용 로고라면 조금 더 매끈한 면도 허용되지만, 손이 자주 닿는 버튼 주변 인쇄라면 약간의 미세 요철이 있는 쪽이 오래 버티는 경우가 많습니다. - 봉공 상태
봉공이 완전히 끝난 피막과, 봉공이 덜 된 피막은 잉크가 젖는 느낌부터 다릅니다. 공극이 많이 열려 있는 상태는 잉크 일부가 안쪽으로 스며들어 번진 듯한 테두리를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아주 매끈히 봉공된 피막은 표면 에너지가 낮아 잉크가 튀는 느낌으로 놓일 수 있습니다. 잉크 시스템에 따라 최적의 봉공 상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실제 사용할 잉크로 사전 테스트를 하고 조건을 고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마킹·인쇄를 염두에 둔 전처리 선택 팁
전처리 단계에서 이미 마킹과 인쇄의 절반은 결정됩니다. 몇 가지 전형적인 선택 패턴만 짚어 보면 이렇습니다.
- 전자제품 상판, 패널류: 브러싱 후 착색 아노다이징 + 레이저 마킹 조합이 많이 쓰입니다. 금속 결을 살리면서 글자 대비도 잘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크 인쇄를 겹쳐 쓸 계획이 있다면, 브러싱 결 방향과 인쇄 라인 방향이 겹칠 때 생기는 시각적 효과를 먼저 확인해 두는 게 좋습니다.
- 산업용 박스, 계측기 패널: 화학 에칭 무광 + 내추럴 또는 단색 착색 후 실크 인쇄가 무난한 조합입니다. 표면이 너무 거칠지 않게만 잡으면 인쇄 내구성과 시인성의 균형이 좋습니다.
- 손잡이, 자주 쥐는 부품의 로고: 샌드블라스트 후 내추럴 또는 진한 착색 위에 음각 레이저 마킹이 내마모성 면에서 유리한 편입니다. 실크 인쇄는 손마찰이 잦은 위치에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관건은 “이 표면 질감이 마킹·인쇄까지 포함한 최종 상태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시제품 단계에서 실제로 확인해 보는 겁니다. 그림으로 상상할 때와 실물은 꽤 다릅니다.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실패 패턴 몇 가지
마지막 공정이다 보니, 마킹·인쇄 단계에서 문제가 나면 앞단 전체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자주 반복되는 패턴만 몇 개 골라 보면 이렇습니다.
- 흑색 아노다이징 위 흰 실크 인쇄인데, 조금만 스쳐도 모서리부터 벗겨지는 경우: 표면 세척 부족, 잉크 시스템과 봉공 조건의 궁합, 건조·경화 조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 내추럴 아노다이징 위 레이저 마킹이 특정 각도에서 거의 안 보이는 경우: 표면 반사도가 너무 높거나, 피막 두께·레이저 파라미터 조합이 대비를 충분히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면을 살짝 무광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체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시리얼 넘버, QR코드 인식률이 낮은 경우: 레이저 스폿 크기와 피치, 피막 색, 표면 조도가 모두 관계합니다. 코드 판독기를 쓰는 환경 조도까지 포함해 조건을 잡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잘 보이는데 검사 장비에서는 안 읽히는 일이 생깁니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 부품의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어느 거리에서, 어떤 사람에게 읽힐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표면과 공정을 고르는 게 순서입니다.
도면에 적어 두면 서로 편해지는 항목들
마킹·인쇄 품질을 정말로 설계 범위 안에 넣고 싶다면, 도면이나 사양서에 다음 정도는 명시해 두는 게 좋습니다.
| 항목 | 예시 기입 방식 |
| 피막 타입·두께 | 예: Al6061, 착색 아노다이징, 피막 12~18μm |
| 전처리 질감 | 예: 브러싱 방향 X축 기준, Ra 0.4~0.8 μm |
| 마킹 방식 | 예: 파이버 레이저 마킹 전제, 색 대비 우선 |
| 인쇄 영역·용도 | 예: 실크 인쇄 영역은 손 접촉 잦음, 내마모 잉크 시스템 사용 |
| 시인성 기준 | 예: 50cm 거리에서 육안 판독 가능, 조명 500lx 기준 |
이 정도만 적혀 있어도, 아노다이징 업체와 레이저·인쇄 업체가 같은 그림을 보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냥 예쁘게 잘 보이게 해 주세요”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릅니다.
마킹과 인쇄는 아노다이징의 부록이 아니라, 최종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마지막 공정입니다. 피막 두께, 색, 전처리, 봉공을 여기에 맞춰 설계해 두면, 같은 아노다이징 라인에서도 훨씬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항공·우주 산업용 아노다이징 사양 읽는 법: MIL, AMS 도면이 말해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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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산업용 아노다이징 사양 읽는 법: MIL, AMS 도면이 말해주는 것들
항공·우주 쪽 도면을 처음 받아보면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것 중 하나가 표면처리 줄입니다. 재질 옆에 작게 적혀 있는 MIL-, AMS-로 시작하는 코드들 말이죠. “AL 7075-T73, Anodize per MIL-A-8625 Type II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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