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 몇 군데 받아보다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설비 사진도 다 그럴듯하고, “경질 가능”, “색 다양”, “품질 자신” 같은 말도 어디나 붙어 있죠. 그런데 막상 맡겨 보면 납기는 들쭉날쭉하고, 시제품이랑 양산 색이 다르거나, 도면에 없던 치수 문제가 뒤늦게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이건 업체가 나쁘다의 문제라기보다, 발주자가 처음부터 확인해야 할 걸 안 짚고 넘어간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번 글은 “아노다이징 업체 수준을 어떻게 보냐” 보다는, 발주자 입장에서 최소한 무엇을 물어보고 어떤 답이 나오면 안심해도 되는지 실무 감각 위주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발주자가 먼저 스스로 정리해야 할 것들
업체를 고르기 전에, 발주자가 자기 쪽 조건을 먼저 정리해 두면 대화가 훨씬 덜 꼬입니다.
막연하게 “잘해 주세요”라고 시작하면, 상대도 추측을 하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자기 언어로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 부품 용도: 장식용인지, 구조용인지, 슬라이딩이 있는지, 실내인지 실외인지
- 재질: 어느 계열 알루미늄인지, 6000계인지 7000계인지, 주물인지 압출재인지
- 우선순위: 외관, 내식성, 내마모성, 단가, 납기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 로트 특성: 다품종 소량인지, 한 품목 대량인지, 색을 자주 바꿀 계획인지
이걸 정리해 두면 초반 미팅에서 “우리 부품은 이런 조건이다”라고 깔고 들어갈 수 있고, 상대가 정말 이 판을 이해하는지 아닌지도 대답에서 바로 티가 납니다.
처음 미팅에서 꼭 던져볼 질문들
실제로 업체를 찾아가거나 온라인 미팅을 할 때, 이런 질문들을 한 번씩 던져 보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감이 옵니다.
- 어떤 합금과 제품군을 주로 처리하는지
- 경질 아노다이징을 실제로 얼마나 하는지, 일상 공정인지 특수 공정인지
- 피막 두께와 색 편차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 전해액 분석, 탱크 관리 주기는 어느 정도인지
- 불량이 나왔을 때 보통 어떤 절차로 원인을 찾고 공유하는지
- 샘플 조건과 양산 조건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어디라고 보는지
- 치수·마스킹 이슈가 있는 부품을 어느 정도까지 대응해 본 경험이 있는지
정답을 기대하기보다는, 대답하는 방식과 수준을 보는 겁니다.
“다 됩니다” 식으로만 답하는 곳보다, “이 합금은 이런 리스크가 있으니 조건을 이렇게 잡자”처럼 구체적으로 얘기가 나오는 쪽이 실제로는 훨씬 믿을 만합니다.
좋은 신호와 위험 신호를 비교해 보자
몇 군데 대화를 해 보면, 말투나 자료에서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걸 조금 더 명확하게 보려고 할 때 참고할 만한 기준을 표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 관점 | 좋은 신호에 가까운 답변·행동 | 위험 신호에 가까운 답변·행동 |
| 합금 이해도 | “7075면 색 편차가 날 수 있으니, 내추럴이나 진한 색 위주로 가시죠.” | “알루미늄이면 다 똑같습니다, 색은 해 보면 나옵니다.” |
| 공정 데이터 | 전해액 분석 기록, 두께 측정 기록을 보여줄 수 있다 | “눈으로 봐도 됩니다, 다 경험으로 합니다.” |
| 샘플 전략 | 시제품과 양산 조건 차이를 먼저 설명해 준다 | 샘플 때는 과도하게 공들인 뒤 양산에서 갑자기 단순화한다 |
| 불량 대응 | 불량 사례를 숨기지 않고, 원인과 개선 조치를 구체적으로 말한다 | “우리 라인에서는 그런 불량은 없습니다.”처럼 단정적으로만 말한다 |
| 커뮤니케이션 | 도면·사진·샘플을 같이 놓고, 애매한 부분은 먼저 질문해 온다 | 애매한 부분이 있어도 일단 처리하고 나중에 결과만 보내온다 |
처음부터 완벽한 업체를 찾겠다는 생각보다는, 적어도 “리스크를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있는 곳인가”를 보는 게 맞습니다.
표면처리는 항상 변수가 많기 때문에, 문제를 숨기는 파트너보다 공유하는 파트너가 훨씬 낫습니다.
설비 스펙보다 중요한 “이 업체가 자주 보는 부품 종류”
장비 스펙은 카탈로그만 보면 다 좋아 보입니다. 탱크 길이, 전원 용량, 냉각 능력, 자동 운전 여부 같은 건 금방 적어 줄 수 있죠. 실무에서 더 중요한 건 “이 라인이 어떤 부품을 매일 상대하고 있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 전자제품·하우징 위주 업체
외관 기준과 색 균일도 관리는 잘하지만, 경질·내마모 요구가 강한 산업용 부품에는 경험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 기계·산업 부품 위주 업체
내식성·내마모·치수 관리에는 익숙하지만, 미세한 색 톤과 로고·디자인 표현에는 상대적으로 투박할 수 있습니다. - 건축·압출재 위주 업체
긴 프로파일, 대량 구조물 처리에는 강하지만, 작은 복잡 형상과 마스킹이 많은 정밀 부품은 부담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맡기려는 부품이 어느 그룹에 더 가까운지 먼저 정하고, 그쪽 경험이 많은 업체를 찾는 편이 훨씬 시행착오가 적습니다.
“전 분야 다 잘합니다”라는 말은 현실에서 거의 나오기 어렵습니다.
견적 단계에서 슬쩍 체크해 볼 수 있는 것들
견적서를 받았을 때 단가만 보지 말고, 이런 자잘한 포인트들을 같이 보면 그 업체의 일하는 스타일이 어느 정도 보입니다.
- 피막 두께 범위가 견적서나 메일에 함께 적혀 있는지
- 마스킹, 추가 검사, 포장 기준을 별도로 언급하는지
- 납기와 함께 “로트당 최대 수량” 같은 현실적인 제한을 같이 알려주는지
예를 들어 이런 식의 문장이 있으면 제법 신경 쓰는 곳일 가능성이 큽니다.
- “이 재질은 색 편차 가능성이 있어, 같은 로트 내에서도 상하 1톤 정도 범위까지는 한 번에 처리하길 권장합니다.”
- “이 홀과 나사산은 도면 기준상 마스킹이 필요한데, 마스킹 가공을 포함한 단가로 적어 두었습니다.”
반대로 “kg당 얼마, 납기 3일” 딱 두 줄만 있는 견적은, 우리 부품의 까다로운 부분을 아직 충분히 못 본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샘플과 양산 사이의 갭을 줄이는 방법
샘플은 예쁘게 잘 나왔는데 양산 들어가니 색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옵니다.
이건 업체 탓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발주자가 초반에 이런 합의를 먼저 해 두면 상황이 꽤 달라집니다.
- 샘플 공정 조건을 문서로 남겨 달라고 한다.
- 샘플과 양산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변수(부품 수량, 걸이 방식, 탱크 위치)를 미리 적어둔다.
- 색 기준은 실물 샘플을 기준으로 하고, 허용 편차 범위를 사진이 아니라 실제 부품 기준으로 확인한다.
간단히 말하면, “샘플은 이벤트, 양산은 현실”이라는 걸 서로 인지해야 합니다.
샘플 하나 잘 뽑는 업체보다, 샘플과 양산의 차이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조건을 조정해 줄 수 있는 곳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덜 스트레스입니다.
계약 전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
마지막으로, 발주자 입장에서 업체를 거의 골랐다고 느끼는 시점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한 번 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 이 업체와 문제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있는가
- 불량이나 색 편차가 생겼을 때, 서로 탓하기보다 원인을 같이 찾을 분위기인가
- 우리 쪽 도면과 사양을 충분히 읽어 본 티가 나는가, 질문을 먼저 해 왔는가
- 첫 주문에서 어느 정도까지 시험과 데이터를 요구할지, 내부에서 기준을 정해 두었는가
아노다이징 업체 선택은 결국 설비 싸움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싸움에 가깝습니다.
알루미늄, 전해액, 전류는 어디서나 비슷한데,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차이가 갈립니다.
처음 업체를 고를 때 이 부분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뒤에 붙을 수정 비용과 시간 낭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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