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다이징 일을 조금만 오래 하다 보면 “제품에 얼룩이 있다”, “색이 다르다”, “피막이 벗겨진다” 같은 전화는 한 번쯤 꼭 받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가 진짜 실력 싸움입니다.
괜히 “공정엔 문제 없습니다”라고 먼저 방어했다가, 나중에 자사 공정 문제로 판명 나면 신뢰는 한 번에 깨지고요.
이번 글은 이론적인 불량 유형 정리보다는, 실제로 클레임이 들어왔을 때 발주자·공급자 입장에서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나중에 덜 후회하는지, 질문과 사례 위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클레임이 들어온 순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
대부분의 회사가 여기서부터 삐끗합니다.
고객이 “색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순간, 내부에서 “또 색 가지고 트집이다”라는 분위기가 먼저 생기거나, 반대로 “우리가 뭔가 크게 잘못했나 보다”라는 패닉 모드로 가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일단 아래 네 가지를 빠르게 모으는 게 우선입니다.
| 불량 샘플 | 몇 개, 어느 위치, 어느 로트인지 | 공정 특정 구간 문제인지 판단 |
| 불량이 보이는 패턴 | 전체면인지, 모서리인지, 한쪽 방향으로 치우쳤는지 | 전류·액 순환·걸이 문제 추정 |
| 사용·보관 조건 | 조립 후 얼마 만에, 어떤 환경에서 발견됐는지 | 공정 vs 사용 환경 구분 |
| 비교 기준 | 어떤 샘플·기준과 비교해서 “불량”이라 보는지 | 기대치가 어디에 설정돼 있었는지 파악 |
이 네 가지가 없으면 회의만 길어집니다.
“그냥 느낌이 별로”라는 표현은 기술적으로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클레임이 들어오는 순간 담당자가 자동으로 묻게 될 체크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게 좋습니다.
한 장짜리 양식이라도 있으면 감정적인 대화로 흐르기 전에 필요한 정보부터 채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발주자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 공급자가 먼저 꺼내야 할 질문
발주자 입장에서는 공정을 모르기 때문에 “내가 뭘 물어야 하나”부터 막힐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공급자는 “또 우리 탓부터 하겠지”라는 방어심리가 생길 수 있고요.
각각이 먼저 던지면 좋은 질문을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발주자가 공급자에게
- 이 로트와 바로 앞 로트의 공정 조건(온도, 전류, 탱크 분석 값)에 차이가 있었나요
- 같은 날 처리된 다른 고객 물량에서 비슷한 현상이 있었나요
- 이 합금·색 조합에서 과거에도 비슷한 이슈가 있었는지 기록이 있나요
- 불량 샘플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피막 두께·색차 측정 데이터를 같이 볼 수 있을까요
공급자가 발주자에게
- 불량이 발견된 시점은 출하 후 얼마나 지났을 때인가요
- 조립, 세척, 밀봉, 도장 등 후공정에서 사용된 화학제품 리스트가 있을까요
- 제품이 실제로 쓰이는 환경(실내/실외, 온도, 습도, 약품 노출)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 이건 “샘플과 다르다” 문제인지, “기능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문제인지 우선순위를 나눌 수 있을까요
이 질문들만 주고받아도 “공정 문제인지, 사용 환경인지, 기대치 세팅 문제인지” 대략 방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서로에게 유리한 질문만 골라 던지면 대화가 금방 꼬입니다.
자주 반복되는 클레임 유형을 사례로 나눠 보자
말로만 하면 추상적이니, 현장에서 정말 자주 나오는 패턴 몇 가지를 사례처럼 나눠 보겠습니다.
사례 1: “샘플이랑 색이 다르다”
대부분 첫 클레임은 색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전형적인 상황은 이렇습니다.
- 개발 시점에 소량 샘플을 뽑았고, 고객이 “이 색으로 가자”고 승인했다.
- 3개월 뒤 양산 로트가 나갔는데, 고객이 “같은 레드라고 보기 어렵다”고 연락했다.
이때 흔히 나오는 실수는 “조건 그대로 했다”는 말밖에 못 하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체크해야 할 건 다음입니다.
- 샘플 당시와 지금의 전해액 상태(알루미늄 이온 농도, 온도 범위)는 얼마나 다른가
- 샘플은 한 랙에 몇 개를 걸었고, 양산은 몇 개를 걸었는가
- 샘플을 만든 작업자와 양산 작업자의 숙련도와 운전 방식은 어떻게 달랐는가
- 샘플 색을 기준으로 ΔE 같은 숫자 기준을 정해 둔 적이 있는가, 아니면 “육안 느낌”뿐이었는가
경험상 이 케이스는 공정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 기준이 애매해서 생긴 분쟁인 경우가 많습니다.
색 민감 품목이라면 개발 때부터 색 기준 샘플, 색차 허용 범위, 전해액 상태 기준을 같이 묶어서 “이걸 기준으로 본다”는 합의를 만들어 두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사례 2: “몇 달 쓰다 보니 피막이 벗겨진다”
두 번째로 자주 듣는 말이 이겁니다.
출하 직후에는 멀쩡했는데, 현장에서 몇 달 쓰다 보니 모서리나 나사 주변에서 피막이 떨어져 나갔다는 연락입니다.
이 경우에는 순서를 이렇게 밟는 게 편합니다.
- 사용 환경 확인
예를 들어 다음 질문들이 중요합니다.- 야외 노출인지, 실내인지
- 고압 세척, 강한 산·알칼리 세제 사용 유무
- 반복적인 충격, 진동, 굽힘이 있는 위치인지
- 설계와 피막 조건 재확인
- 피막 두께를 몇 μm로 설계했는지
- 모서리 R값, 디버링 기준이 도면에 어떻게 되어 있는지
- 경질 아노다이징인지, 일반인지
- 공정 기록 확인
- 해당 로트의 피막 두께 실측값
- 봉공 조건(온도, 시간)이 설계 수준을 만족했는지
실제로 파고들어 보면 “경질을 너무 두껍게 잡아서 깨지기 쉬운 피막이 되어 있던 경우”, “경계부에 예리한 모서리가 남아 있던 설계 문제”, “후공정에서 생각보다 강한 화학 세척을 반복한 경우”가 섞여 있는 일이 많습니다.
한쪽 탓만으로 끝나는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사례 3: “특정 위치에서만 얼룩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얼룩·반점이 전체가 아니라 특정 방향, 특정 위치에만 나오는 사례입니다.
예를 들어 패널 한쪽 모서리에서만 탁한 얼룩이 반복되거나, 랙 위쪽에 걸린 부품들에서만 색이 연하게 나오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전해액보다는 걸이 구조, 탱크 내 유동, 전류 분포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에서 제가 가장 먼저 보는 건 이 두 가지입니다.
- 문제 부품이 랙에서 어디 위치에 있었는지, 사진이나 메모가 남아 있는가
- 같은 위치에 다른 부품을 걸었을 때도 비슷한 증상이 반복되는가
걸이 위치·방향·개수에 따른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공정 조건”이 아니라 “지그 설계” 논의로 넘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조건만 조이고 풀다 보면 영원히 해결이 안 됩니다.
불량 원인을 정리할 때 꼭 구분해야 하는 세 가지 축
불량 분석 회의가 길어지는 이유는 대부분 원인과 책임을 섞어서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원인을 먼저 세 축으로 나누고 들어가는 게 편합니다.
- 설계·사양 문제인지 (합금 선택, 피막 두께, 모서리 형상, 허용 색 편차, 사용 환경 정의 수준 등)
- 공정·운영상 문제인지 (전해액 관리, 온도·전류 프로파일, 랙·걸이 방식, 작업자 교육 등)
- 사용·보관 문제인지 (후공정 화학물질, 설치 방법, 환경 조건, 사용자의 사용 방식 등)
한 불량 안에 이 셋이 복합적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최소한 “이번에는 설계 20, 공정 50, 사용 30 정도가 섞였다” 정도의 인식만 공유해도 이후 재발 방지 전략을 세우는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모든 걸 공정 탓으로 돌리거나, 모든 걸 고객 사용 탓으로 돌리는 회사는 결국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겪습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문장”이 아니라 “행동”으로 남겨야 한다
보고서를 쓰다 보면 재발 방지 대책이 이렇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업자 교육 강화”, “공정 관리 철저”, “선행 검토 강화” 같은 말로요.
현장에서 이런 문장은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재발 방지 대책은 최소한 다음 중 하나여야 합니다.
- 도면·사양 문구를 바꾸거나 추가한다
- 작업 표준서(조건표)에 숫자를 하나 더 넣는다
- 검사 항목을 하나 늘린다
- 로트 구성·걸이 규칙을 바꾼다
- 기준 샘플·색차 기준을 새로 등록한다
예를 들어 “색 편차 클레임 재발 방지”라면 “색 기준 샘플 등록 + ΔE 기준 설정 + 색 민감 품목만 색차계 검사 추가” 같은 식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보고서 문장보다, 그 보고서를 읽지 않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장치가 더 중요합니다.
클레임이 났을 때 서로가 덜 힘들어지는 질문 리스트
마지막으로, 실제 클레임이 터졌을 때 발주자와 공급자가 함께 체크하면 좋은 질문을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 이번 문제는 외관인가, 기능인가, 둘 다인가
- 기준으로 삼을 샘플·사양 문서가 있었는가, 없다면 이번 기회에 만들 수 있는가
- 가장 현실적인 재발 방지 포인트는 설계 쪽인가, 공정 쪽인가, 사용 환경 쪽인가
- 이 이슈를 계기로 도면·사양·작업표준·검사절차 중 무엇을 업데이트할 것인가
- 오늘 논의한 내용이 1년 후에도 남아 있도록, 어떤 형태(양식, 사진, 조건표)로 기록할 것인가
아노다이징 불량·클레임 대응은 “누가 잘못했냐”를 찾는 게임이 아니라 “다음엔 어디를 손보면 같은 이슈를 안 겪을 수 있나”를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불량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건 어렵지만, 한 번 나온 문제를 두 번 세 번 반복하지 않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결국 같은 설비를 써도 완전히 다른 수준의 신뢰를 쌓게 됩니다.
아노다이징 공정 자동화와 검사 시스템, 파일럿에서 양산 넘어갈 때 정말 고민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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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다이징 공정 자동화와 검사 시스템, 파일럿에서 양산 넘어갈 때 정말 고민해야 할 것들
아노다이징 자체는 수십 년 된 공정인데, 막상 파일럿에서 양산으로 넘어가려 하면 자동화와 검사 이야기가 갑자기 복잡해집니다. 파일럿에서는 사람이 탱크 온도 보고 “조금 더 돌려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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