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다이징 견적을 받아 보면 같은 부품인데 업체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라 “어디가 바가지만 안 씌우면 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작 단가를 자세히 물어보면 “kg당 얼마요”, “개당 얼마요” 정도로만 끝나 버리니, 무엇을 조정해야 단가와 품질을 같이 잡을 수 있는지 감이 잘 안 잡히기도 하고요.
이번 글은 아노다이징 단가를 계산하는 공식 자체보다는, 현장에서 실제로 가격이 갈리는 기준이 무엇인지, 발주자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싸게 해서 비싸게 돌아오는 선택”을 피할 수 있는지 정리해 보려는 글입니다.
아노다이징 단가가 생각보다 제각각인 이유
제가 현장에서 들었던 가장 솔직한 말 중 하나는 이거였습니다. “단가는 공식으로 나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공장마다 ‘어디까지 책임질 거냐’에 따라 달라져요.” 같은 1kg이라도 이 차이가 큽니다.
한 업체는 색 편차, 재도장, 클레임 대응을 적극적으로 감수하는 대신 기본 단가를 높게 잡고, 다른 업체는 “기본만 지키되 색 민감한 일은 피한다”는 전략으로 단가를 낮게 잡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공장마다 전혀 다른 조건들이 섞입니다. 설비 규모, 자동화 수준, 폐수·환경 비용, 인건비 구조, 주로 다루는 업종(전자기기·건축·산업용)까지 모두 가격에 반영됩니다.
발주자가 이 배경을 모르면, 단가표만 보고 선택했다가 나중에 색·납기·클레임에서 생각보다 큰 비용을 다시 내는 상황이 생기기 쉽습니다.
단가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 다섯 가지
복잡해 보이지만, 아노다이징 단가를 쪼개 보면 결국 다섯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를 알고 있으면 견적서를 볼 때 “어디가 비싸고 어디가 싸야 정상인지”를 조금 더 냉정하게 볼 수 있습니다.
| 설비·라인 비용 | 탱크, 전원장치, 냉각·배기, 폐수 설비 등의 고정비 | 기본 kg/개당 단가 수준 |
| 약품·소모품 비용 | 전해액, 세척제, 봉공제, 마스킹 테이프·고무, 랙 소모 | 색·피막 타입에 따른 추가 단가 |
| 인건비 | 걸이·해체, 마스킹, 검사, 포장, 재작업 인력 | 복잡한 형상·마스킹이 많을수록 상승 |
| 품질·검사 비용 | 두께 측정, 색차 측정, 기록·레포트 작성 | “검사 포함 단가” vs “기본 육안 검사만” |
| 리스크·클레임 | 재작업, 재도장, 반품 가능성에 대한 안전마진 | 색 민감·고난이도 건일수록 숨은 프리미엄 |
업체가 “우리는 kg당 xx원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실제로는 이 다섯 가지를 어디까지 포함해서 말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같은 숫자라도 포함 범위가 다르면 완전히 다른 단가인 셈이니까요.
실제 견적이 나오는 흐름을 가상의 사례로 풀어 보기
숫자 없이 이론만 들으면 감이 잘 안 잡히니, 간단한 가상의 사례를 하나 만들어 보겠습니다.
상황 가정
- 전자기기용 알루미늄 하우징, 6061-T6
- 브러싱 전처리 + 흑색 아노다이징, 피막 15~20μm
- 레이저 마킹까지는 별도 공정에서 진행
- 로트당 300개, 월 1,200개 정도 반복 발주
공장에서 이 물량을 받으면 보통 이런 순서의 계산을 머릿속에서 합니다.
- 생산성 가늠
300개를 한 탱크에 몇 랙으로 나눠 걸 수 있는지, 한 번 돌리는데 드는 실질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봅니다. 이걸 근거로 “로트당 공정 시간”을 잡고, 하루에 몇 로트를 소화할 수 있는지 계산합니다. - 난이도 평가
브러싱이 필요한지, 업체 내에서 할지 외주로 돌릴지, 브러싱 품질 기준을 누가 책임질지부터 정합니다. 흑색 착색은 색 민감도가 높은 편이라, 색 기준 샘플이 있는지, 색차계를 쓸지, 육안만 쓸지도 같이 고민합니다. - 품질·검사 레벨 결정
고객이 “항상 동일한 색”을 원한다면 색차 측정과 기록이 들어가야 하고, 피막 두께도 로트마다 일정 비율로 측정해야 합니다. 이 검사 시간이 결국 단가에 포함됩니다. - 클레임 리스크 반영
이 고객과 이전에 거래한 적이 없다면, 초기에는 색·외관 관련 클레임이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색 기준 합의가 불명확하면 자연스럽게 단가에 리스크 마진이 붙습니다. 반대로 기준 샘플과 허용 범위를 계약서에 명확히 적어 두면,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조금 더 공격적으로 제안할 수 있습니다.
결국 “브러싱+흑색 아노다이징”이라는 공정 이름보다, 색 기준 합의와 검사 방법, 로트 구성에 대한 논의가 단가를 더 크게 흔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발주자가 조정할 수 있는 레버는 생각보다 여러 개다
발주자는 단가가 정해지면 선택만 할 수 있다고 느끼기 쉽지만, 사실은 꽤 많은 레버를 가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 현실적인 조정점을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 색 기준과 허용 범위
“샘플이랑 똑같이만 해 주세요” 대신 “이 샘플을 기준으로 ΔE 얼마까지, 혹은 육안 기준으로 이 정도 차이는 허용”처럼 합의를 만들어 두면 업체가 리스크 마진을 줄이기 쉽습니다. 반대로 색 편차를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요구한다면, 당연히 그만큼 단가 인상은 각오해야 합니다. - 품질 레벨과 검사 범위
피막 두께, 색, 부식 시험, 접착력 시험을 매 로트마다 할지, 초기 승인(초도·파일럿) 때만 할지, 정기 샘플만 할지에 따라 검사 비용이 크게 달라집니다. “초기 3로트는 검사 풀 패키지, 이후는 핵심 항목만”처럼 단계별 전략을 제안하면 업체도 단가 구조를 더 탄력적으로 짤 수 있습니다. - 마스킹·재가공 여부
모든 나사, 홀, 접지면을 마스킹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인건비가 폭발합니다. 반대로 “아노다이징 후 중요한 나사만 탭 재가공”으로 설계를 바꾸면 표면처리 단가를 낮추고, 일부 비용을 기계가공 쪽으로 옮기는 식의 재조합도 가능합니다. 이런 설계 변경은 발주자만 제안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 로트 구성과 색 교체 빈도
색을 자주 바꾸면 탱크 세척·준비 시간이 늘고, 그만큼 생산성은 떨어집니다. 같은 색 부품을 가능한 한 월별·분기별로 묶어서 발주하면 단가 협상 여지가 늘어납니다. “이번에는 4색을 각 300개씩 나눠서”보다는 “블랙 600개, 실버 600개”로 묶는 쪽이 공장 입장에서는 훨씬 운영이 편합니다.
단가만 보다가 놓치기 쉬운 위험 신호들
견적서를 많이 보다 보면 숫자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경험상 이런 신호가 보이면 한 번 더 질문해 보는 쪽이 낫습니다.
| 상황·표현 | 왜 한 번 더 물어봐야 하는지 |
| “색은 해 보면 맞춰집니다.” | 기준 샘플·색차 기준 없이 진행하면 나중에 분쟁 가능성이 큼 |
| “피막 두께는 보통 하는 수준으로요.” | 설계자가 원하는 두께와 ‘보통’이 다를 수 있음 |
| “검사는 기본 육안으로만 합니다.” | 색·두께·내식성이 중요한 부품에는 리스크가 큼 |
| “마스킹은 대충 안 묻히게 해 드립니다.” | 나사·끼워 맞춤 부위 치수 트러블로 이어질 수 있음 |
| “단가는 싼데, 클레임 나면 재작업은 별도입니다.” | 단기 단가는 낮아도 장기 비용이 불확실함 |
반대로, 견적 과정에서부터 피막 두께 범위, 색 기준, 검사 항목을 먼저 꺼내는 업체는 단가가 조금 높더라도 “나중에 새는 비용”까지 같이 줄여줄 가능성이 큽니다.
현실적인 협상 전략과 질문 리스트
마지막으로, 실제로 견적을 주고받을 때 발주자가 던지면 좋은 질문을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질문들에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업체의 스타일과 수준을 확인하는 용도가 더 큽니다.
- 이 재질·색 조합으로 작업해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과거에 어떤 문제가 자주 나왔는지
- 제안해 주신 단가에 포함된 범위(마스킹, 검사, 포장, 재작업 기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지
- 피막 두께와 색 기준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샘플 기준을 함께 정해 둘 수 있는지
- 색을 자주 바꾸지 않고 한 번에 몰아서 발주하면 단가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지
- 클레임이 발생했을 때 보통 어떤 방식으로 원인을 찾고, 비용·재작업을 나누는지 경험이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면, 숫자 하나만 봤을 때보다 “이 업체를 선택했을 때 앞으로 1~2년 동안 함께 겪게 될 일”이 훨씬 더 잘 그려집니다.
아노다이징 단가는 결국 “kg당 얼마”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공정·검사·클레임까지 어디까지를 한 세트로 묶을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단기적으로 가장 싼 선택보다 “우리 제품과 업무 스타일에 맞는 파트너”를 고르는 쪽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라는 걸 숫자뿐 아니라 경험으로도 느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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